비트코인자유 중급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 현황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 채택부터 중국의 전면 금지까지 — 각국의 비트코인 규제 스펙트럼과 세금 의무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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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국경이 없다. 인터넷 연결만 있으면 서울에서 나이로비로, 뉴욕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10분 안에 가치를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국경 없는 네트워크 위에 각국 정부는 자국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씌우려 하고 있다. 그 결과 생겨난 규제 스펙트럼은 놀라울 만큼 다양하다. 한쪽 끝에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가 있고, 반대쪽 끝에는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한 중국이 있다. 그 사이에 나머지 190여 개국이 각자의 위치에서 규제의 균형점을 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규제의 스펙트럼: 채택에서 금지까지

엘살바도르: 법정통화 채택. 2021년 9월,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와 함께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주도로 진행된 이 실험은 정부 주도의 Chivo 지갑 배포,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화산 지열 에너지 활용, 비트코인 채권(Volcano Bond) 발행 시도 등을 포함했다. 이후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잠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가 철회하는 등, 개발도상국에서의 비트코인 채택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복잡한 다중 규제 체계.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는 여러 기관이 관할권을 놓고 경쟁하는 복잡한 구조다. SEC(증권거래위원회)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하려 시도해왔으나, 비트코인만은 명시적으로 증권이 아닌 상품(commodity)으로 인정했다.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비트코인 선물과 파생상품을 규제한다. IRS(국세청)는 비트코인을 재산(property)으로 분류하여 매매 차익에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2024년 1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것은 규제의 큰 전환점이었다. BlackRock, Fidelity 등 대형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면서 기관 투자자와 일반 개인 투자자 모두가 전통 금융 인프라를 통해 비트코인에 노출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합법적 투자 자산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EU: MiCA 규제 프레임워크. 유럽연합은 2023년에 세계 최초의 포괄적 암호화폐 규제법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통과시켰다. MiCA는 암호화폐를 유틸리티 토큰, 자산참조토큰(ART), 전자화폐토큰(EMT)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대한 발행 요건, 거래소 라이선스, 소비자 보호 기준을 규정했다. 비트코인은 기존의 어떤 분류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지만, MiCA 체제 하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보유될 수 있다. MiCA의 핵심은 EU 27개 회원국에 동일한 규제 기준을 적용하여 규제 차익거래를 방지하는 것이다.

일본: 선제적 규제의 모델. 일본은 2017년에 비트코인을 합법적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초기 채택 국가 중 하나다. 2014년 Mt. Gox 해킹 사건의 트라우마(당시 Mt. Gox는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를 겪은 후, 일본 금융청(FSA)은 거래소 등록제와 엄격한 자산 분리 보관 의무를 도입했다. 이 선제적 규제는 이후 다른 거래소 해킹 사건에서도 고객 자산이 보호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한국: 점진적 제도화. 한국은 2017년 ICO 전면 금지, 2018년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제 도입 등 초기에는 강경한 규제 기조를 보였다. 이후 2021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제를 도입했다. 2023년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이용자 예치금 분리 보관, 이상 거래 모니터링, 불공정거래 규제 등의 체계가 마련되었다.

세금 측면에서 한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를 여러 차례 유예해왔다. 현재 시행 예정인 과세안은 연 250만 원 이상의 양도 차익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과세 시행 시기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계속 변동되고 있다.

중국: 전면 금지. 중국은 2021년에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했다. 모든 암호화폐 관련 거래는 불법 금융 활동으로 규정되었으며,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의 65% 이상을 차지하던 채굴 산업은 해외로 대거 이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e-CNY)이라는 CBDC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탈중앙화된 화폐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디지털 화폐의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세금: 피할 수 없는 현실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세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미 부과되고 있거나 부과가 예정되어 있다.

자본이득세 모델. 미국, 독일, 호주, 한국(시행 예정) 등 대부분의 국가는 비트코인 매매 차익을 자본이득으로 분류하여 과세한다.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의 차이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며, 보유 기간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독일은 1년 이상 보유한 비트코인의 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는 특이한 사례다.

무과세 국가. 현재까지 비트코인에 소득세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로는 포르투갈(일부 조건), UAE, 싱가포르(개인 투자자 기준) 등이 있다. 이 국가들은 우호적인 세금 정책을 통해 암호화폐 기업과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DeFi와 세금의 미해결 문제. 탈중앙화 금융(DeFi)에서의 이자 수익, 유동성 공급 보상, 에어드롭 등에 대한 과세 기준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기존 세법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금융 활동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YC/AML과 프라이버시의 충돌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KYC(고객확인절차)와 AML(자금세탁방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Travel Rule”은 일정 금액 이상의 암호화폐 이체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신원 정보를 함께 전송하도록 요구한다.

이 규제는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규제가 금융 프라이버시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현금 거래에는 요구되지 않는 수준의 신원 확인이 디지털 거래에만 적용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실제로 KYC 데이터베이스는 해킹의 주요 표적이 되어왔다. 거래소에 제출한 여권 사본, 주소 증명, 얼굴 사진이 유출될 경우 복구가 불가능한 신원 도용의 위험에 노출된다. 2020년 Ledger 고객 데이터 유출 사건에서 보았듯이, 암호화폐 보유 사실이 알려진 개인은 물리적 위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의 무허가 특성과 규제의 근본적 긴장

비트코인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무허가성(permissionlessness)이다. 누구의 승인도 없이, 어떤 기관에 등록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전송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과 프라이빗 키만 있으면 된다. 정부가 금지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이 비트코인을 전면 금지한 후에도 중국 내 P2P 비트코인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VPN과 해외 거래소를 통한 우회 거래도 활발하다. 규제는 비트코인의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 자체를 차단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이것이 비트코인 규제의 근본적 딜레마다. 규제자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암호화폐를 편입시켜 통제하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애초에 그런 통제 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규제를 통해 온램프(법정화폐 → 비트코인)와 오프램프(비트코인 → 법정화폐)를 통제할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

규제의 미래: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글로벌 규제 추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면 금지보다는 제도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중국의 전면 금지는 예외적 사례이며, 대부분의 국가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둘째, 비트코인과 나머지 암호화폐의 규제 구분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SEC도 비트코인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했고, 대부분의 규제 기관이 비트코인의 독특한 탈중앙화 특성을 인정하고 있다.

셋째, KYC/AML 규제는 계속 강화될 것이다. FATF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 대한 감시는 더욱 촘촘해질 것이다.

넷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홍콩, 호주 등에서도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었으며, 이는 비트코인의 제도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규제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로서 자국의 세금 의무를 파악하고, 규제 변화를 주시하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동시에 비트코인의 무허가 특성이야말로 이 기술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 제안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규제와 자유 사이의 긴장은 비트코인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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