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이후 모든 것이 비싸진 이유
닉슨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그날, 세상의 모든 경제 지표가 방향을 틀었다.
1971년이라는 경첩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하며 세계 화폐와 실물 닻 사이의 마지막 연결을 끊었다. 그 사건 자체 - 브레턴우즈 체제, 금환본위제의 자연스러운 브레이크가 왜 작동하지 못했는지, 드골의 금 인출, 닉슨의 선택 - 의 전말은 닉슨 쇼크에서 다룬다. 이 글은 사건 자체에 관한 글이 아니다. 그 이후 데이터가 한 일에 관한 글이다. 1971년이 도래한 바로 그 순간, 서로 무관한 수십 개의 경제 지표가 마치 하나의 경첩이 돌아가듯 같은 지점에서 일제히 꺾였다.
그 이후
1971년을 기점으로 주요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구매력 붕괴. 달러의 구매력은 1971년 이후 약 87% 하락했다. 1달러로 살 수 있던 것이 이제 7.5달러가 필요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80년에 500원이던 짜장면이 지금 7,000원이 넘는다. 법정화폐의 불가피한 결과다.
임금과 생산성의 이혼. 1948년부터 1971년까지, 생산성이 오르면 임금도 같이 올랐다. 더 많이 만들면 더 많이 번다. 당연한 관계였다. 1971년 이후 이게 깨졌다. 생산성은 계속 올라갔는데 실질임금은 거의 멈췄다. EPI 데이터 기준 1979~2020년 생산성은 60% 올랐고 실질임금은 16%만 올랐다. 나머지는 전부 자산을 가진 쪽으로 갔다.
불평등 폭발. 새로 찍은 돈은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도달하지 않는다. 정부와 대형 은행이 먼저 받고, 물가가 오르기 전에 자산을 산다. 일반인이 월급으로 그 돈을 받을 때쯤이면 이미 물가는 올라 있다. 칸티용 효과(Cantillon Effect)다. 법정화폐 시스템에서 화폐 발행은 가난한 쪽에서 부유한 쪽으로 부를 옮기는 장치다.
부채 폭발. 브레이크를 떼어냈으니 결과는 뻔하다. 미국 연방 부채는 1971년 4,000억 달러에서 2025년 36조 달러를 넘겼다. 한국도 2000년 111조 원이던 국가채무가 2024년 1,100조 원을 넘었다. 이 빚을 갚을 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다.
주거 위기. 찍어낸 돈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갔다. 1971년 미국에서 집 한 채는 연 소득의 2.5배였다. 지금은 약 5~6배. 서울은 15~18배. 부모 세대가 몇 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 집이 비싸진 게 아니다. 돈이 싸진 거다.
wtfhappenedin1971.com 차트 벽
이 추세들을 하나하나 믿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wtfhappenedin1971.com이라는 사이트는 오직 차트만 끝없이 보여준다. 소득 불평등, 소득 대비 주거비, 생산성 대비 임금, 연방 부채, 저축률 - 거의 모든 차트에서 선은 수십 년간 잠잠하다가 정확히 1971년 즈음에서 급격히 꺾인다. 사이트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다. 시각적 반복 그 자체가 논증이다. 함께 움직일 뚜렷한 이유가 없는 수십 개의 지표가 같은 순간에 성격을 바꾼다.
물론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는 아니다. 1971년은 사건이 많은 해였다. 전후 호황의 종료, 곧 닥칠 첫 오일 쇼크, 세계화의 부상. 그러나 불평등, 주거, 임금, 부채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단일한 공통 원인을, 차트들이 공유하는 그 한 가지 - 달러가 금이라는 닻을 잃은 해 - 말고 달리 찾기는 어렵다.
근본 원인은 하나다
구매력 하락, 임금 정체, 불평등, 부채, 주거 위기.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전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증상이다. 화폐의 건전성이 파괴된 것.
1971년의 전환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기술 변화, 세계화, 인구 구조 변화 등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그러나 화폐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이 모든 추세를 가속화하는 배경이 되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건전하지 않은 화폐는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왜곡된 신호는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진다. 오스트리안 경제학이 100년 전부터 경고한 것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저축의 가치가 매년 줄어드는 시스템에서 합리적인 사람은 저축하지 않는다. 빚을 내서 자산을 사거나, 지금 당장 써버린다. 시간선호가 강제로 높아지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여기서 시작된다
비트코인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등장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네시스 블록에 새긴 문장 -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은행을 또 구제금융하겠다는 그날의 헤드라인이다.
2,100만 개라는 절대적 공급 한도. 어떤 정부도 바꿀 수 없는 통화 정책. 작업증명이라는 물리적 제약. 비트코인은 닉슨이 끊어버린 연결 고리를 다시 만든다.
1971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면, 지금 경제가 왜 이런지 보인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왜 존재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