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재산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물리적 강제력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재산권이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그리고 이것이 왜 문명사적 전환점인지 탐구합니다.
재산권이 문명을 만들었다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한 가지 사실에 동의해왔다. 재산권이 확실하게 보호되는 사회는 번영하고, 그렇지 않은 사회는 가난에 머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오늘 심은 나무의 열매를 내년에 내가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사람들은 나무를 심는다. 내가 만든 기계가 내일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다면, 기계를 만들 이유가 없다.
페루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 소토는 그의 저서 『자본의 미스터리』에서 개발도상국의 가난이 자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재산권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페루의 빈민들이 실제로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등록되고 보호받지 못해 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재산권이 없으면 자본이 ‘죽은 자본’이 되는 것이다.
서구 문명의 번영은 마그나카르타(1215년) 이후 점진적으로 확립된 재산권 보호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영국의 명예혁명(1688년)은 왕이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부과하거나 재산을 몰수할 수 없도록 제한했고, 이는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장기적 투자가 안전해지자 사람들은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산권의 역사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국가가 재산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가야말로 재산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자산은 없었다
역사를 통틀어 권력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의 재산을 가져갔다. 가장 명백한 방법은 직접적인 몰수다. 헨리 8세는 1536년부터 수도원 해산을 통해 교회 재산을 몰수했고, 이는 당시 영국 전체 토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스탈린은 쿨라크(부유한 농민)들의 토지와 재산을 강제로 몰수했고,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죽었다.
하지만 더 교묘한 방법도 있다. 1933년 미국의 금 몰수가 대표적이다. 대공황 한가운데인 그해 4월, 루스벨트 대통령은 행정명령 6102호를 발표했다. 이 명령은 미국 시민들이 보유한 금화, 금괴, 금 증서를 정부에 넘기도록 강제했다. 가격은 온스당 20.67달러로 정해졌다. 불응하면 1만 달러 벌금이나 최대 10년 징역에 처해질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정부는 금을 수거한 이듬해(1934년 1월) 금 가격을 온스당 35달러로 재평가했다. 금을 정부에 넘긴 국민들은 이후 금 가격이 69% 상승하면서, 그만큼의 구매력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금을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기고 모아둔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부의 대부분을 정부에 빼앗겼다. 이 금 몰수 조치는 1974년까지 지속되었다.
현대에는 더 세련된 방법들이 있다. 은행 계좌는 법원 명령 하나로 동결된다. 2013년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 정부는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에서 최대 47.5%를 강제로 삭감했다. 이를 ‘베일인(bail-in)‘이라고 부르는데,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예금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긴 것이다.
부동산도 안전하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 재산을 수용할 수 있는 토지수용권(eminent domain)을 갖고 있다. 물론 보상을 약속하지만, 그 보상이 적절한지는 정부가 결정한다. 중국에서는 수천만 명이 도시 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위해 강제로 집을 잃었다.
그리고 가장 은밀하지만 가장 광범위한 재산권 침해는 인플레이션이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더 많이 발행하면 기존 화폐 보유자의 구매력이 줄어든다. 이는 직접적인 세금 없이 시민의 저축을 수탈하는 방법이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는 2018년 한 해에만 약 130만%(1,300,000%)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평생 모은 저축이 휴지가 되는 데 몇 달이면 충분했다.
비트코인이 바꾸는 재산권의 본질
비트코인은 재산권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한다. 국가의 보호도, 국가의 허락도 필요 없는 재산권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첫째, 비트코인은 물리적으로 몰수가 불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키를 아는 사람만이 비트코인을 이동할 수 있고, 개인키는 정보에 불과하다. 12개 또는 24개의 단어로 된 시드 문구를 기억하기만 하면, 그 비트코인은 당신의 뇌 속에만 존재한다. 물리적 강제력으로는 생각을 빼앗을 수 없다. 물론 고문을 통해 시드 문구를 말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이른바 ‘$5 wrench attack’), 이는 비트코인 고유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비밀에 적용되는 문제다. 비트코인 보유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중요한 것은, 금고를 부수거나 은행을 압류하듯이 제도적·대규모로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비트코인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둘째, 비트코인은 국경이 없다. 난민이 국경을 넘을 때 금괴를 들고 갈 수는 없다. 은행 계좌는 자본 통제로 막힌다. 하지만 머릿속의 12단어는 어떤 세관도 검사할 수 없다.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은행 접근을 잃었다. 당시 은행들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자금 인출을 제한했고, 아프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은 미국에 의해 동결되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자체 보관하고 있던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자신의 자산에 그대로 접근할 수 있었다. 시드 문구 12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국경을 넘어 재산을 이동시킨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타났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은 비트코인을 통해 분쟁 지역에서 재산을 빠르게 이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자체도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로 수천만 달러의 국제 지원을 받았다. 전통적인 국제 송금 시스템이 느리고 복잡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몇 분 안에 경계를 넘었다.
셋째, 비트코인의 규칙은 투명하고 변경하기 극도로 어렵다. 비트코인의 공급 상한 2,100만 개, 10분 블록 주기, 반감기 스케줄은 소스코드에 명확히 정의되어 있고, 전 세계 수만 개의 노드가 이 규칙을 동시에 실행하며 감시한다. 어느 정부도, 어느 기관도, 심지어 비트코인 개발자들조차 이 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다. 역사상 어떤 재산 시스템도 이처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으로 작동한 적이 없다.
재산권 혁명의 함의
비트코인이 보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산권은 단순히 개인의 자산 보호를 넘어 더 넓은 사회적 함의를 갖는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재산 몰수 위협은 사람들이 자산을 숨기거나 투자를 회피하게 만들었다. 몰수 위험이 있는 나라에서 장기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비트코인이 진정한 글로벌 표준의 몰수 불가 자산이 된다면, 그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새로운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시드 문구가 물리적으로 탈취될 수 있고, 거래소를 통해 구매한 비트코인은 여전히 정부의 감시망 아래 놓인다. 대규모 채굴 인프라는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정치적 압력에 취약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재산권 보호의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에르난도 데 소토가 증명한 것처럼, 재산권이 확실하게 보호되는 곳에 번영이 온다. 비트코인은 그 재산권을 국가의 보호가 아닌 수학적 법칙에 기반해 제공하려는 시도다. 인류 역사상 물리적 강제력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재산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 비트코인은 그 가능성을 처음으로 현실 속에 구현하고 있다.
다만 시드 문구에만 의존하는 자체 보관은 소유자 사망 시 자산이 영구적으로 소실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멀티시그(multi-signature)나 신뢰할 수 있는 상속 계획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